남자가 장발을 해야 하는 이유
남자라면 살면서 한번쯤은 장발을 해봐야 한다. 장발을 기르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작년 11월부터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취업을 하면 영영 장발을 할 기회는 없겠구나.’라는 생각에서였다.
어느덧 머리를 안 자른 지 4달이 지났다. 워낙 짧은 스타일에서 시작해 장발이라 부르기에는 아직도 한참 남았지만 장발에 대한 여러 가지 철학적 사고와 함께 좀 더 성숙하기위한 내면의 훈련을 할 수 있었다.
1. 남자의 장발은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남자의 장발은 ‘불호’이다. 머리가 길어질수록 지저분하다는 소리를 듣고 그만 자르라는 말을 듣는다. 내 머리에 대한 비호감의 표현은 점점 늘어난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일을 하는 날이 얼마나 될까. 남들에게 비호감을 사는 줄 알면서 하는 행동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나는 장발을 하는 과정이 나만의 생각을 표현하는 연습임과 함께 그 생각을 굽히지 않고 나아가는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2. 장발은 예비군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장발은 흔치 않다. 요즘 장발이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흔치 않다. 그렇기에 장발을 기르는 것은 때론 남들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처음에는 그 시선이 싫었다. 지저분하고 안 어울린다는 시선 같아서였다.
나도 안다. 다 착각이다. 남들은 내 머리에 별 생각이 없고 그냥 본 것뿐이다. 아니 어쩌면 안 봤는데 봤다고 느낀 것일 수 도 있다. 난 앞으로 ‘사람들은 남들에게 관심 없다’라는 것을 느끼고 싶다. 그래서 장발을 한다는 것은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훈련이고 좀 더 독립적인 자아를 얻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3. 흔치않음이 주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장발은 내가 다른 90%의 남자와 다름을 느끼게 해준다. 긴 머리는 내게 개성을 주고 ‘남들과 다르고 싶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채워줌과 함께 ‘난 특별해’라는 자존감을 얹어 준다.
특별함과 남다름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돼서 그런지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좀 더 창의적이고 평소 하지 않던 생각을 하게 된다.
4. 처음엔 장발을 기른다는 것이 굉장히 쉬울 줄 알았다. 군대에서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진급하는 것처럼 시간만 지나면 성공할 거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
일단 나 같은 경우 장발이 될 내 모습에 대한 기대에 시도 때도 없이 거울을 쳐다보았다. ‘오늘은 얼마나 자랐지?’를 하루에 2번씩 2달 정도 했다. 2달 동안 완성된 장발을 기다리는 건 2달 동안 오지 않는 택배를 기다리는 느낌이었다.
4달 쯤 지나니 이제 머리가 얼마나 자랐는지 거울을 보는 일은 사라졌다. 하지만 진짜 인내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아까는 장발을 하다보면 남들에게 자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이젠 나조차도 거울 속 나를 보며 ‘이제 그만 자를까?’ 라는 말을 한다. 내가 봐도 지저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인내와 책임에 대한 훈련이라 부르고 싶다. 자르고 싶은 욕구를 참는 인내와 지인들에게 장발을 하겠다고 한 말에 책임을 지는 훈련. 내가 한 결심과 말에 책임을 지고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인내하는 과정은 앞으로 나의 결심과 나의 말은 소중하게 내뱉게 할 것이다. 그때는 내가 뱉은 말에 신뢰와 그것이 지켜지리라는 확신이 담겨있을 것이다.
평범한 일상에 작은 변화를 줘도 평소와는 다른 관점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변한 것은 머리길이 뿐이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다. 남자라면 장발을 한번쯤 해봐야 한다. 특히 남 눈치 많이 보고 획일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은 장발을 하며 내면을 훈련하기에 최고의 나라다. 특히나 이 글을 읽는 남자 대학생이 있다면 장발을 하며 본인의 신념을 지키고 자아를 독립시키는 훈련을 해보길 추천한다. 특정 직업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남성은 대학졸업과 함께 장발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없기 때문이다. 끝.
----이 외의 장발 관련 포스팅----
남자의 장발에 대한 어른들의 반응 https://movie-book.tistory.com/147?category=874512
남자 장발 도전 8개월차 느낀 점 https://movie-book.tistory.com/127?category=874512
'글 > 잡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럼프가 왔다. (2) | 2020.05.17 |
---|---|
나의 muse. 유튜버 caseyneistat (0) | 2020.05.16 |
주의력을 위한 의식적 노력 (0) | 2020.02.26 |
미케비치 해변 (0) | 2020.02.21 |
남이 쓴 책 리뷰 정리 (0) | 2020.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