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어그로다.
취직을 하고 자취를 하면서 별다른 가구들을 사지 않았다. 돈이 아깝기도 하고, 나중에 이사짐 쌀 생각을 하면 귀찮기도 했다. 취직하면 미니멀리즘으로 살고 싶었는데 이참에 미니멀하게 살기로 하였다. 그래서 내 방에는 주방도구도 책상도 의자도 없다. (좌식책상은 있다)
처음엔 괜찮았다. 청소하기도 편하고 좁지만 쾌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비어있는 내 방은 내 내면도 비어있게 만들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사람사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고 떠나야, 하는 집처럼 느껴졌다. 집에서는 안정감이 들지 않았다.
또, 요즘 내 자취방은 썰렁한 찬기운이 든다. 전기보일러를 써서 잘못하면 10만원 넘게 전기세가 나온다는 말에 최대한 아끼고 있다. 난방텐트와 전기장판으로 버티고 있지만 난방텐트밖은 춥다. 그러다보니 텐트안에서 나오질 않는다.
그러다가 친구의 자취방에 가게됐다. 친구의 집은 티비도 있고 침대, 책상, 의자, 주방도구, 세탁기, 전자렌지, 컴퓨터등 많은 물건이 있었다. 그리고 따뜻했다. 거기서 깨달았다. '아.. 가구가 어느정도 채워져야 사람사는 집이 되는 구나. 여기서 살면 쉴 때도 편하고 재밌겠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공간이 주는 힘이 있다. 요즘 그걸 느낀다. 좌식책상이 불편하니 매일 누워서 핸드폰만 만지작 거린다. 추워서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일단 저렴한 책상과 의자, 서랍장이라도 사기로 했다. 비어있는 방을 가구로 채우기로 했다. 그리고 돈이 조금 들더라도 방이 따뜻하게 보일러를 틀기로 했다.
비록 돈이 나가고 좁은 방이 더 좁아지더라도 투자를 하기로 했다. 이런식으로 살다간 생산적이지 못하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질 것 같다. 내게 책상과 의자, 따뜻한 집은 최소로 있어야 하는 미니멀의 기준 같다.
...보일러를 트니 방이 따뜻해졌다. 텐트에서 나와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기분이 좋아졌고 의욕이 생겼다. 가구가 오면 어떻게 될까. 좀 더 생산적이게 됐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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